위화(余华)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한 남자의 일생에 걸친 피를 파는 행위, 즉 **매혈(賣血)**을 통해 한 가족의 연대기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처절하면서도 해학적으로 그려낸 역작입니다. 본 분석 보고서는 주인공 허삼관을 중심으로, 그의 아내 허옥란, 명목상의 맏아들 일락, 그리고 일락의 친부로 지목되는 하소용 등 주요 인물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모하며, 어떠한 갈등 구조 속에서 재정립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소설의 서사는 허삼관의 '피'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습니다. 그의 피는 결혼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이자, 가장으로서의 남성성을 증명하는 통과 의례이며,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구원하는 유일한 생명줄입니다. 이처럼 매혈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는 허삼관의 정체성과 가장의 역할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모티프로 작동하며, 인물들 사이의 애증과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추동합니다. 단순한 혈연으로 시작되지 않았던 관계가 함께 겪어낸 고통의 시간과 희생을 통해 혈연을 초월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역동적인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본 보고서의 목표입니다.
이 장대한 가족 서사의 출발점은 주인공 허삼관과 '꽈배기 서시' 허옥란의 만남과 결합이었습니다.
2. 관계의 형성: 허삼관과 허옥란의 실리적 결합
허삼관과 허옥란의 결혼은 낭만적 사랑의 결실이라기보다는, 각자의 현실적 필요와 계산이 맞물린 실리적 결합에 가까웠습니다. 허삼관에게 결혼은 남성으로서 사회적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과업이었고, 허옥란은 당대 최고의 미녀로서 더 나은 조건을 저울질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처럼 사랑보다 현실 논리가 앞섰던 관계의 시작은, 향후 이들 가족을 뒤흔들 거대한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2.1. 허삼관의 결혼 동기와 매혈의 의미
허삼관은 시골의 사촌 어른과의 대화를 통해 "몸이 튼튼해야 피를 팔 수 있고, 피를 팔아야 돈을 벌어 장가를 갈 수 있다"는 당대의 사회적 통념을 내면화합니다. 그에게 매혈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건강한 신체와 경제력을 증명함으로써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가장'의 자격을 획득하는 통과 의례였습니다.
그의 첫 매혈 경험은 이러한 상징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피를 더 많이 팔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물을 마시는 고통을 감내하고,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몸(피)을 팔아 35위안이라는 거금을 손에 쥡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볶은 돼지 간을 먹고 황주를 마시는' 행위는 매혈꾼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신성한 의식이었습니다. 돼지 간은 잃어버린 피를 보충하고(보혈, 补血), 황주는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활혈, 活血)는 믿음 속에서, 이 식사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섭니다. 이는 자신의 생명력을 팔아낸 자만이 참여할 수 있는, 스스로의 생명을 보존하고 가장의 자격을 공인하는 문화인류학적 의례(ritual)인 것입니다.
2.2. 허옥란을 둘러싼 삼각관계와 허삼관의 구애 전략
당시 마을 최고의 미녀로 '꽈배기 서시(油条西施)'라 불리던 허옥란에게는 이미 하소용이라는 연인이 있었습니다. 하소용은 허옥란의 집에 드나들며 그녀의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삼관은 자신의 첫 매혈로 번 '피의 돈(血钱)'을 아낌없이 허옥란에게 투자하는 정공법을 택합니다.
허삼관은 허옥란에게 샤오롱바오, 훈툰, 사탕, 과자, 수박 등을 사주며 총 8각 3푼을 지출하고, 이 돈을 근거로 당돌하게 청혼합니다. 이 행위는 소설 전체의 핵심 패러다임을 설정합니다. 허삼관의 피, 즉 그의 생명력 자체가 문자 그대로 상품화되어 가족을 건설하기 위한 자본으로 투자되는 것입니다. 그의 구애는 평생에 걸쳐 반복될 희생과 교환의 첫 번째 거래였습니다. 그의 희생, 즉 '피의 대가'가 관계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처음 사용된 이 사례는 비록 거절당했지만, 하소용과의 관계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3. 가문 계승 논리를 통한 결혼 성사
허삼관이 허옥란과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결정적인 전략은 사랑 고백이 아닌, 가문 계승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논리였습니다. 그는 허옥란의 아버지를 찾아가 "허옥란이 하소용에게 시집가면 당신 집안은 대가 끊기지만, 같은 허씨인 나에게 시집오면 당신네 허씨 집안의 대가 이어진다"고 설득합니다.
딸이 다른 성씨의 남자와 결혼하면 자신의 가문이 단절된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던 허옥란의 아버지에게, 허삼관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결국 허옥란의 아버지는 하소용 대신 허삼관을 사위로 선택합니다. 이는 이들의 결합이 두 사람의 감정적 교감보다는 가문의 유지와 실리적 계약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현실적 계산 위에 불안하게 세워진 허삼관과 허옥란의 가정은, 첫아들의 출생과 함께 예고된 균열을 맞이하게 됩니다.
3. 첫 번째 균열: 일락의 출생과 친자 확인 갈등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의 출생으로 허삼관의 가정은 표면적인 안정을 찾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맏아들 일락이 성장하면서 그의 외모가 허삼관이 아닌 허옥란의 옛 연인 하소용을 닮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는 가족의 평화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갈등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 친자 확인 갈등은 소설 전체의 인물 관계 역학을 규정하고, '혈연'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핵심 사건입니다.
3.1. 소문과 의심의 확산
마을 사람들은 "일락은 허삼관을 하나도 닮지 않고 하소용을 빼다 박았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는 허삼관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처음에 허삼관은 심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그는 세 아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웃게 한 뒤, "세 녀석이 웃는 모습이 서로 똑같이 닮았으니, 일락은 내 아들이 맞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의심을 부정하려 애씁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닮지 않았더라도, 형제를 닮았으면 된다는 논리로 불안을 잠재우려 한 것입니다.
3.2. 허옥란의 고백과 허삼관의 배신감
허삼관의 불안한 평화는 허옥란 자신의 입을 통해 산산조각 납니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허옥란이 집의 공적인 경계인 문지방에 걸터앉아 동네 사람들이 다 듣도록 울며 하소연하던 중, 자신도 모르게 결혼 전 하소용과 "딱 한 번" 관계가 있었음을 실토하고 만 것입니다.
이 공적인 고백은 허삼관의 사적인 수치를 온 마을의 가십거리로 전락시킵니다. 그는 지난 9년간 자신이 하소용의 아들을 키우며 남편을 속인 아내를 둔 남자를 비하하는 말인 **'거북이(乌龟)'**로 살아왔다는 사실에 극심한 분노와 모멸감을 느낍니다. 그의 분노는 단순한 배신감을 넘어, 자신의 남성성과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공공연하게 조롱당했다는 깊은 수치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3.3. 관계의 파탄과 허삼관의 소극적 복수
이 사건을 기점으로 허삼관과 일락, 그리고 허삼관과 허옥란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파괴됩니다. 허삼관은 일락을 더 이상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고, 집안의 모든 가사 노동을 허옥란에게 떠넘깁니다. 세상의 조롱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는 가정 안으로 움츠러들어 "나는 이제부터 즐겨야겠다(我要享受)"고 선언하며 소극적인 복수를 시작합니다. 이는 하소용의 아들을 낳은 허옥란에 대한 징벌이자,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로써 실리적 계약으로나마 유지되던 부부 관계는 파탄에 이르고, 부자 관계는 부정과 냉대로 얼룩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처럼 철저히 파괴된 관계는, 역설적이게도 연이어 닥쳐오는 새로운 시련들을 통해 예상치 못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4. 갈등의 심화와 관계의 재정립: 부정(父情)의 3단계
친자 갈등으로 산산조각 난 허삼관의 가족 관계는, 역설적이게도 외부에서 비롯된 일련의 위기들을 겪으며 새로운 차원으로 재정립됩니다. 이 과정은 허삼관이 아버지가 되어가는 '수용의 3단계(Trilogy of Acceptance)'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의 수용에서 시작하여, 감정적 애정의 발현을 거쳐, 공적이고 의례적인 부정(父情)의 선언으로 완성되는 이 서사는,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을 넘어 '선택'과 '책임'을 통해 아버지가 되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4.1. 1단계: 사회적 책임의 수용 (일락의 폭행 사건)
일락이 방씨 대장장이의 아들 머리를 돌로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파괴된 부자 관계는 첫 번째 시험대에 오릅니다. 허삼관은 "내 아들이 아니니 책임질 수 없다"며 치료비 지불을 거부하고 일락을 친부인 하소용에게 보냅니다. 그러나 하소용마저 일락을 냉정하게 거부하고 되려 찾아온 허옥란을 폭행합니다.
결국 허삼관은 자신이 그토록 부정했던 아들, 일락을 위해 피를 팔아 치료비를 마련합니다. 이는 사랑의 발현이라기보다, 사회적·법적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의 결과였습니다. 상황에 떠밀린 이 마지못한 희생은,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강제된 책임감의 첫 수용이었습니다.
4.2. 2단계: 감정적 애정의 발현 ('한 그릇의 국수' 사건)
부자간의 갈등은 '한 그릇의 국수' 사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가 극적인 반전을 맞이합니다. 매혈 후 허삼관은 두 아들만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가며 일락을 차별합니다. 이때 일락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합니다. "아빠, 이번 한 번만 저를 친아들처럼 여겨주시면 안 될까요?"
허삼관이 이를 거절하자 집을 나간 일락은 친부인 하소용에게 다시 찾아가지만, 그에게서마저 매몰차게 버림받습니다. 생물학적 아버지와 양아버지 모두에게 버림받아 절대적 고립 상태에 빠져 거리를 헤매는 일락을 찾아 나선 허삼관은, 어둠 속에서 홀로 울고 있는 아들을 발견합니다. 바로 이 순간, 그가 쌓아 올린 지적인 방어벽은 무너지고, 순수한 연민과 애정이 싹틉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일락을 자신의 등에 업고,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국수 가게로 데려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사줍니다. 이는 강요되지 않은 최초의 순수한 부정(父情), 즉 감정적 수용의 결정적 순간입니다.
4.3. 3단계: 공적 부정(父情)의 선언 (혼 부르기 의식)
하소용이 트럭에 치여 죽어갈 때, 그의 혼을 불러오기 위해 아들이 필요해지자 하소용의 아내가 일락을 찾아옵니다. 지붕 위에 올라간 일락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하소용이 아닌 허삼관을 자신의 아버지라 외치며 그의 혼이 떠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이 외침을 들은 허삼관은 깊은 감동에 휩싸입니다.
이후 허삼관은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칼로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며 공표합니다. "이제부터 누가 감히 일락이 내 친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자와 칼부림을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자신의 피로써 가족의 사회적 진실을 다시 쓰는 의례적인 행위입니다. 이 피의 맹세를 통해 허삼관과 일락은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의미의 부자 관계로 공적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공적인 선언을 통해 내부 갈등을 매듭지은 허삼관의 가족은, 이후 닥쳐오는 거대한 외부의 시련을 함께 이겨내며 더욱 단단한 연대를 구축해 나갑니다.
5. 시련을 통해 공고해진 가족의 연대
가족 내부의 오랜 갈등이 봉합된 이후, 허삼관의 가정은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시련과 아들의 질병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립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외부의 시련들은 가족 구성원들을 서로에게 더욱 헌신하게 만들고, 이들의 관계를 피보다 진한 연대감으로 승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5.1. 문화대혁명과 허옥란의 수난: 허삼관의 헌신과 연대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서 허옥란은 과거 하소용과의 일이 빌미가 되어 '기생(妓女)', '헤픈 여자(破鞋)'로 낙인찍혀 공개적인 비판과 조리돌림의 대상이 됩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반만 깎이는 '음양머리'의 수모를 당하고, 매일 거리 한복판에 세워져 모욕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때 허삼관은 아내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그는 매일 아내에게 밥을 가져다주며,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밥 밑에 몰래 홍소육(红烧肉)을 숨겨 넣어 아내의 기력을 챙깁니다. 더 나아가 그는 '가족 비판 대회'를 열어, 자신이 과거 임분방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일을 고백하며 "나 역시 생활 착오를 저질렀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아내의 고통을 분담하고 그녀와 연대하려는 깊은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시련을 통해 실리적 계약으로 시작했던 부부 관계는 비로소 진정한 이해와 동지애로 완성됩니다.
5.2. 일락의 간염과 '피를 파는 여정': 생물학을 초월한 부정
농촌으로 하방(下放)했던 일락이 급성 간염에 걸려 상하이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닥치자, 허삼관의 부정(父情)은 가장 숭고한 형태로 발현됩니다.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할 길이 없자, 허삼관은 상하이로 가는 길목의 여러 도시(임포, 백리, 송림 등)를 거치며 목숨을 건 연쇄 매혈에 나섭니다.
그의 여정은 처절함 그 자체입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피를 판 그는 길에서 쓰러져 번 돈을 모두 자신의 치료비로 날리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뱃사공 형제 **래희(来喜)**와 **래순(来顺)**의 도움으로 다시 피를 팔아 여정을 이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허삼관은 자신의 피가 더 이상 팔리지 않을까 봐, 혹은 피를 팔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에 시달립니다. 그럼에도 그는 오직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의 생명을 내던집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이 '피를 파는 여정'을 통해, 허삼관의 사랑은 생물학적 아버지를 초월한 숭고한 부정으로 완성됩니다.
이처럼 극심한 시련들을 함께 이겨내며 완성된 가족 관계는, 모든 것이 평온해진 노년기에 이르러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6. 노년의 허삼관과 관계의 완성
모든 시련이 지나가고 자식들을 모두 키워낸 평온한 노년, 허삼관은 예기치 않은 마지막 정체성 위기를 맞이합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바쳐온 그의 삶의 방식과 의미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그와 가족의 관계는 모든 오해와 갈등을 넘어 가장 완전한 형태로 승화됩니다. 이는 그의 희생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아내 허옥란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6.1. 마지막 매혈의 좌절과 정체성의 위기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허삼관은 어느 날 문득 젊은 시절의 특권이었던 '볶은 돼지 간과 데운 황주'가 먹고 싶어집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피를 팔러 병원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젊은 피 주임은 "당신 피는 늙어서 페인트 공이나 가져가 가구에 칠할 때나 쓸 것이오"라며 그를 조롱하고 거부합니다.
평생 가족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의 건강함과 남성성의 증표였던 '피를 파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선고 앞에서 허삼관은 무너져 내립니다. 그는 더 이상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깊은 절망감에 빠집니다. 피를 팔 수 없게 된 것은 단순한 신체적 노화가 아니라, 한평생 그를 지탱해 온 가장으로서의 정체성이 붕괴되는 사건이었습니다.
6.2. 아들들의 무관심과 허옥란의 이해
절망에 빠져 거리를 울며 헤매는 허삼관을 발견한 아들들은 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아버지가 고작 돼지 간 하나 때문에 운다고 생각하며 "창피하다"고 타박할 뿐입니다. 반면, 허옥란은 남편의 절망의 근원을 즉시 꿰뚫어 봅니다. 그녀는 남편의 평생에 걸친 희생의 무게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아들들을 향해 불호령을 내립니다. "너희들 양심은 개가 물어갔느냐!" 허옥란은 아들들에게 허삼관이 그들을 위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처절하게 피를 팔았는지를 일깨워주며 그의 삶 전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6.3. 관계의 최종적 완성: 세 접시의 볶은 돼지 간
허옥란은 절망에 빠진 허삼관의 손을 이끌고 승리반점으로 데려가, 그의 앞에 볶은 돼지 간 세 접시와 황주 한 병을 시켜줍니다. 이 행위는 소설의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관계의 최종적인 완성을 상징합니다.
한 접시가 아닌 세 접시라는 양(量)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단순히 좌절된 욕망을 채워주는 음식을 넘어, 허삼관이 평생에 걸쳐 치른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의 빚을 상징하는 압도적인 제스처입니다. 허옥란은 이 풍성한 보상을 통해 피를 팔 수 없게 되어 무너진 남편의 정체성을 위로하고, 그의 고통스러운 삶 전체를 온전히 긍정하는 최고의 찬사를 보냅니다. 이 순간, 실리적 계약으로 시작했던 이들의 부부 관계는 모든 갈등과 오해를 뛰어넘는 깊은 이해와 연민 속에서 비로소 완전하게 완성됩니다.
허삼관과 허옥란의 마지막 모습은, 한평생의 고난을 함께 이겨낸 노부부의 연대감을 통해 소설 전체의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남깁니다.
7. 결론: 혈연을 넘어 희생과 시간으로 완성된 가족 서사
《허삼관 매혈기》의 인물 관계 분석을 통해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필연성만으로 구성되지 않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허삼관의 가족 서사는 오히려 혈연의 부재와 그로 인한 갈등을 동력 삼아, 함께 겪어낸 고통의 시간과 이타적 희생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가치를 통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숭고한 여정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가족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명제를 넘어, 친족 관계 자체에 대한 급진적인 재정의를 수행합니다.
소설은 두 종류의 피를 극명하게 대비시킵니다. 인물들을 끝없는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유산의 피, 즉 '혈통의 피(血統之血)'는 허약하고 불안정한 기반임이 드러납니다. 반면, 허삼관이 위기의 순간마다 자발적으로 흘렸던 '희생의 피(犧牲之血)'야말로 깨어질 수 없는 초월적 유대를 형성하는 진정한 힘이었습니다. 친자가 아닌 일락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허삼관의 '피를 파는 여정'을 통해, 작가는 혈연의 신화를 해체하고, 고통 속에서 함께 흘린 시간과 기꺼이 감내한 희생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을 완성하는 숭고한 본질임을 역설합니다.
피를 팔아 삶을 증명한 남자: '허삼관 매혈기'가 전하는 5가지 충격적인 진실
인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 당신은 무엇을 팔아 가족을 지키시겠습니까? 여기,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가장으로서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가난한 한 남자의 일대기를 넘어, 피를 파는 행위가 건강의 척도이자 가장의 책임을 다하는 숭고한 행위로 여겨졌던 한 시대의 기이하고도 슬픈 풍경을 담아냅니다.
이 글은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현대인의 상식을 뒤엎는 놀랍고도 가슴 아픈 5가지 통찰을 살펴봅니다.
1. 피를 파는 것은 건강한 남자의 상징이자 결혼의 전제 조건이었다
소설 속 마을에서 '매혈(賣血)'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남성의 건강과 생존 능력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자격증'이었습니다. 피를 한 번도 팔아본 적 없는 남자는 몸이 허약하다고 여겨져 장가조차 갈 수 없다는,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믿기 힘든 사회적 통념이 존재했습니다.
주인공 허삼관 역시 '꽈배기 서시'라 불리는 절세미인 허옥란에게 장가가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피를 팔러 나섭니다. 피를 팔기 전, 몸속 피의 양을 늘리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물을 마시고, 피를 뽑은 후에는 보혈을 위해 볶은 돼지간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냥을 먹는 과정은 이들에게 하나의 신성한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한 명의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사회에 인정받기 위한 통과의례였던 셈입니다.
이 동네에선 피를 팔아본 적 없는 남자는 여자한테 장가도 못 들어.
가난과 고된 노동이 일상이었던 시대, 자신의 몸(피)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건강'과 '생존 능력'을 증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현대 의학의 손길이 닿지 않던 시절, 혈액이라는 생명의 정수를 빼내고도 몸이 그것을 다시 채워내는 가시적인 능력은, 내면의 왕성한 힘과 남성성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실질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생존을 증명해야 했던 시대의 슬픈 자화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충격과 연민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2. 노동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살의 힘'과 '피의 힘'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독특한 경제관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힘(力氣)'을 두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하나는 잠을 자고 밥을 먹는 등 일상적인 활동에 쓰는 '살의 힘'이고, 다른 하나는 농사일이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등 뼈를 깎는 고된 노동에 쓰는 '피의 힘'입니다. 이들에게 매혈은 바로 이 귀한 '피의 힘'을 돈으로 바꾸는 행위였습니다.
따라서 '피를 팔아 번 돈(血錢)'은 공장에서 일해 번 '땀의 돈(汗錢)'과는 그 무게가 달랐습니다. 땀의 돈이 일상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데 쓰였다면, 목숨과도 같은 피를 팔아 얻은 피의 돈은 결혼, 집안의 대소사, 가족이 아플 때처럼 인생의 중대한 고비를 넘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허삼관의 철학이었습니다.
우리가 파는 건 힘이야. 알겠어? 당신네 성안 사람들은 피라고 부르지만 우리 시골 사람들은 힘이라고 부르지. 힘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피에서 나오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살에서 나오는 힘이야. 피에서 나오는 힘이 살에서 나오는 힘보다 훨씬 값나가.
이러한 기묘한 경제관은 자신의 몸을 마지막 자본으로 삼아야만 했던 시대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들은 가장 원초적인 것을 내어주는 행위 속에서도 나름의 철학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것입니다.
3.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쓴 돈, 8각 3푼짜리 청혼서
'허삼관 매혈기' 속 사랑과 결혼은 낭만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철저한 계산과 실리에 기반한 계약에 가깝습니다. 허삼관이 마을 최고의 미녀 허옥란에게 구애하는 방식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며칠에 걸쳐 그녀에게 만두, 완탕, 과자 등을 사주며 환심을 삽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그녀에게 쓴 돈이 '8각 3푼'임을 통보하며 결혼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내 돈 8각 3푼을 썼잖아.
사랑이나 미래에 대한 달콤한 약속 대신, 자신이 쓴 돈을 근거로 청혼하는 모습은 황당하지만 당시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심지어 허삼관은 허옥란의 아버지를 설득할 때도 기막힌 논리를 펼칩니다. 자신도 성이 '허(許)'씨이므로, 딸이 시집와서 아들을 낳아도 허씨 가문의 대가 끊기지 않을 것이라는 실리적인 제안으로 장인의 허락을 받아냅니다.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대에 낭만적 사랑은 사치였을지 모릅니다. 개인의 감정보다는 가문의 유지와 현실적인 조건이 더 중요했던 사회에서 결혼이 얼마나 계산적인 계약이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에피소드는 현대의 연애관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4. '내 아들이 아니다'에서 '진짜 내 아들'로, 아버지의 의미를 다시 쓰다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묵직한 질문은 '아버지란 무엇인가'입니다. 허삼관은 금지옥엽 아끼던 첫째 아들 '일락'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 아내 허옥란과 그녀의 옛 연인 하소용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깊은 배신감에 휩싸인 그는 일락을 냉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돈이 드는 문제에서는 철저히 선을 긋습니다. 피를 판 돈으로 뜨거운 김이 오르는 국수 그릇을 앞에 두고 온 가족이 둘러앉았지만, 그 자리에 일락은 없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국수 그릇이 아닌, 차가운 고구마를 사 먹으라는 몇 푼의 동전뿐이었습니다. 일락은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만약 제가 친아들이었다면, 저도 데리고 가서 국수를 사 주셨을 건가요?”
허삼관은 냉정하게 답합니다. “그래, 만약 네가 내 친아들이었다면 내가 가장 아끼는 건 바로 너였을 거다.”
하지만 혈연의 배신감은 새로운 관계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친아버지인 하소용에게마저 버림받고 정처 없이 떠돌던 일락을 허삼관이 찾아 나섭니다. 굶주리고 상처 입은 아들을 발견한 그는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업고 국수 가게로 향합니다. 뜨거운 국물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는 아들을 보며, 허삼관은 비로소 혈연을 넘어선 '아버지'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하소용이 위독해지자, 미신에 따라 그의 혼을 불러오기 위해 아들인 일락이 필요해집니다. 그러나 지붕 위에 올라간 일락은 혼 부르기를 거부하며 외칩니다. “내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있지 않아요. 내 아버지는 비단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내 아버지의 혼은 가슴속에 잘 있어요.” 허삼관이야말로 자신의 유일한 아버지라는 일락의 절절한 선언에, 허삼관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얼굴에 칼로 상처를 내 피를 흘리며 선포합니다. "이후로 누구든 감히 일락이가 내 친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놈이 있으면, 나는 그놈과 칼부림을 할 것이다." 이는 일락의 선택에 대한 가장 뜨거운 응답이자, 피로 쓴 부성애의 완성이었습니다.
소설은 결국 아버지란 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통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통해 완성되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허삼관이 일락을 진정한 아들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의 순간입니다.
5. 한평생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팔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허삼관은 생애 처음으로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피를 팔러 갑니다. 가족의 위기가 아닌, 그저 볶은 돼지간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냥을 맛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평생 그의 매혈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었지만, 마지막 매혈 시도는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거절합니다. 병원의 젊은 '피두(혈두)'는 "늙은이의 피는 가구에 칠하는 페인트로나 쓸모있다"는 모욕적인 말로 그를 내쫓습니다. 한평생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탱해준 유일한 생존 수단이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행위가 더 이상 쓸모없어졌다는 사실에 허삼관은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자신의 쓸모가 다했음을 깨달은 그는 거리를 헤매며 소리 없이 오열합니다. 그의 눈물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지 못하게 된 서러움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근원적인 슬픔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평생 의지해 온 삶의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때 느끼는 공허함과 슬픔을 담은 이 마지막 장면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평생 그의 가치는 '피를 팔아 위기를 해결하는' 거래적 행위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 가치 증명의 수단이 사라지자 그는 무너집니다. 그러나 울고 있는 그를 찾아내 그토록 원하던 음식을 사주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의 낡은 가치 체계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의 가치는 이제 그가 무엇을 '팔' 수 있는지에 있지 않고, 가족에게 그가 어떤 존재 '인지'에 있음을, 거래가 아닌 사랑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결론: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허삼관 매혈기'는 피를 팔아야만 했던 한 시대의 비극을 넘어, 가족의 의미, 가장의 책임, 그리고 변치 않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위대한 작품입니다. 허삼관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사라졌을 때 당신은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는가? 소설이 남긴 이 깊은 여운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며 삶의 무게를 되새기게 할 것입니다.
허삼관 매혈기 FAQ
단답형 퀴즈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질문에 2~3문장으로 답하시오.
계화의 집안이 그녀의 약혼을 파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매혈꾼들이 피를 팔기 전과 후에 반드시 거치는 의식은 무엇입니까?
이혈두는 누구이며, 이야기 속에서 그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허삼관은 어떻게 허옥란의 아버지를 설득하여 하소용 대신 자신과 결혼하도록 허락받았습니까?
허삼관이 아들들의 이름을 일락, 이락, 삼락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이며, 허옥란은 이 이름들을 어떻게 해석했습니까?
허삼관은 허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하게 되었습니까?
허일락이 방씨 대장장이의 아들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이 위기가 어떻게 일락의 출생 문제를 전면으로 드러나게 했는지 서술하시오.
허삼관이 피를 판 후 일락에게 국수를 사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며, 이 사건으로 인해 일락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됩니까?
허일락이 하소용의 '혼을 부르도록'(喊魂) 요청받게 된 경위를 설명하시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더 이상 피를 팔 수 없다는 말을 들은 허삼관이 길거리에서 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퀴즈 정답
계화의 집안은 약혼자가 밥을 한 그릇밖에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약혼을 파기했습니다. 그들은 그가 거의 1년 동안 피를 팔러 가지 않았다는 소문을 듣고 건강이 나빠졌다고 의심했고, 밥 먹는 양으로 그의 건강 상태를 시험했습니다. 밥을 적게 먹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였기에, 밥 두 그릇을 먹는 계화의 남편감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를 팔기 전, 매혈꾼들은 혈액의 양을 늘리기 위해 배가 터질 때까지 물을 마십니다. 피를 판 후에는 곧장 식당으로 가서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 '볶은 돼지 간' 한 접시를 먹고,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데운 '황주' 두 냥을 마시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혈두는 병원에서 피를 수매하는 책임자로, '피의 우두머리'라는 의미의 별명입니다. 그는 누가 피를 팔 수 있는지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으며, 사람들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박과 같은 뇌물을 바치기도 하는 권력자입니다.
허삼관은 허옥란의 아버지에게, 만약 허옥란이 하소용과 결혼하면 허씨 가문의 대가 끊기지만, 같은 허씨인 자신과 결혼하면 낳는 자식도 허씨가 되어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논리와 함께 황주와 담배를 선물로 바쳐 허옥란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냈습니다.
허삼관은 아들들의 이름을 '첫 번째 즐거움', '두 번째 즐거움', '세 번째 즐거움'이라는 의미로 일락, 이락, 삼락이라고 지었습니다. 훗날 허옥란은 이를 두고, 자신이 산실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고통을 겪을 때 허삼관은 밖에서 그만큼 즐거워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마을에 허일락이 하소용을 닮았다는 소문이 퍼지자 허삼관은 불안해했습니다. 허삼관이 이 문제로 허옥란을 추궁하자, 그녀는 집 문지방에 앉아 울며 하소용과 결혼 전에 "딱 한 번" 관계가 있었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 듣도록 소리치며 사실상 자백했습니다.
허일락은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방씨 대장장이의 아들 머리를 돌로 내리쳐 심각한 부상을 입혔습니다. 이로 인해 막대한 병원비가 발생하자 허삼관은 일락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을 낼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이 때문에 허옥란이 하소용에게 돈을 요구하러 가게 되었고, 하소용마저 친자 관계를 부인하면서 일락의 출생 비밀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습니다.
허삼관은 피를 판 돈이 자신의 목숨을 바꾼 '혈한전(血汗钱)'이기 때문에, 하소용의 아들인 일락에게 쓰는 것은 하소용에게 너무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하여 국수를 사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게 거부당한 일락은 상처를 받고 자신의 '친아버지'인 하소용을 직접 찾아 집을 나갔습니다.
하소용이 트럭에 치여 사경을 헤맬 때, 의사는 그의 혼이 몸을 떠나고 있어 살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의사는 친아들이 집 지붕에 올라가 떠나는 혼을 불러야만 살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아들이 없던 하소용의 아내는 허옥란에게 무릎을 꿇고 빌며, 일락이 하소용의 친아들이니 그의 혼을 불러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허삼관에게 피를 파는 행위는 가족의 모든 위기를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자, 자신의 건강함과 가장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행위였습니다. 젊은 혈두에게 "늙어서 피를 팔 수 없다", "당신 피는 페인트 공이나 쓸 것이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자,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위기 해결 능력을 모두 상실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깊은 슬픔과 절망감에 빠져 울었던 것입니다.
논술형 문제 제안
이 이야기에서 '피를 파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남성성, 건강,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논하시오.
허삼관과 허일락의 관계 변화를 추적하고,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논하시오. 혈연 관계가 부자 관계를 정의하는 유일한 기준인지, 아니면 양육과 희생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작품의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하시오.
허옥란은 작품 속에서 어떤 인물로 그려집니까? 그녀의 성격, 사회적 압박 속에서의 대처 방식, 그리고 허삼관과의 관계를 통해 당시 여성의 삶을 분석하시오.
허삼관이 피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가족을 위해 위기를 해결하는 여러 장면을 분석하시오. 각 사건은 허삼관의 성격과 가족에 대한 그의 책임감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설명하시오.
이야기 속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당시 중국 사회의 가치관과 관습(예: 결혼, 체면, 가문의 계승 등)에 대해 논하시오.
주요 용어 해설
용어
설명
허삼관 (许三官)
작품의 주인공. 제사 공장 노동자로, 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한다.
허옥란 (许玉兰)
허삼관의 아내. 결혼 전 '꽈배기 서시(油条西施)'로 불릴 만큼 미인이었다.
허일락 (许一乐)
허삼관과 허옥란의 첫째 아들. 실제로는 하소용의 친아들이다.
허이락 (许二乐)
허삼관과 허옥란의 둘째 아들.
허삼락 (许三乐)
허삼관과 허옥란의 셋째 아들.
하소용 (何小勇)
허옥란의 옛 연인이자 허일락의 친아버지.
이혈두 (李血头)
병원에서 피 수매를 담당하는 책임자. '피의 우두머리'라는 뜻의 별명으로, 매혈꾼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인물이다.
아방(阿方) & 근룡(根龙)
허삼관에게 처음으로 피를 파는 방법을 알려준 마을 사람들.
임분방 (林分芳)
허삼관과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 허삼관이 한때 연정을 품었으며, 훗날 불륜 관계를 맺는다.
매혈 (卖血)
피를 파는 행위. 이야기 속에서 이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자, 남자의 건강과 정력을 증명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볶은 돼지 간과 황주
매혈 후 몸을 보신하기 위해 먹는 관례적인 음식. 볶은 돼지 간은 피를 보충하고, 데운 황주는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믿어진다.
혼을 부르다 (喊魂)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이 떠나지 못하게 부르는 전통 의식. 작품에서는 친아들이 지붕에 올라가 아버지의 혼을 불러야 한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음양두 (阴阳头)
문화대혁명 시기, 비판 대상의 머리 절반만 삭발하여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던 형벌.
파혜 (破鞋)
'해진 신발'이라는 뜻으로, 행실이 단정치 못한 여성을 경멸적으로 이르는 말. 허옥란이 문화대혁명 시기 이 죄목으로 비판받는다.
《许三观卖血记》
一、 人物介绍与基本句型 (人物介绍与基本句型)
1. 许三观是城里丝厂的送茧工。
◦ Xǔ Sānguān shì chénglǐ sīchǎng de sòngjiǎngōng.
◦ 허삼관은 성 안 실크 공장의 고치 운반공이다.
2. 爷爷,我不是你儿,我是你孙子。
◦ Yéye, wǒ bùshì nǐ ér, wǒ shì nǐ sūnzi.
◦ 할아버지, 저는 아들이 아니라 손자예요.
3. 许三观把家里唯一的那面镜子拿了过来。
◦ Xǔ Sānguān bǎ jiālǐ wéiyī de nà miàn jìngzi nále guòlái.
111. 这人身上的血就跟井里的水一样,你不去打水,这井里的水也不会多。, * Zhè rén shēnshang de xuè jiù gēn jǐnglǐ de shuǐ yīyàng, nǐ bù qù dǎshuǐ, zhè jǐnglǐ de shuǐ yě bù huì duō. * 사람 몸의 피는 우물물과 같아서, 물을 긷지 않으면 우물물은 많아지지 않는다.
112. 这身上的血就是一棵摇钱树。, * Zhè shēnshang de xuè jiùshì yī kē yáoqiánshù. * 이 몸 안의 피는 바로 돈이 열리는 나무(흔들면 돈이 떨어지는 나무)다.
113. 卖血不仅能挣钱,还能吃上一盘炒猪肝,喝上二两黄酒。,, * Mài xuè bùjǐn néng zhèngqián, hái néng chī shàng yī pán chǎo zhūgān, hē shàng èr liǎng huángjiǔ. * 매혈은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돼지 간 볶음 한 접시와 황주 두 량도 먹을 수 있게 해준다.
114. 猪肝是补血的,黄酒是活血的。, * Zhūgān shì bǔ xuè de, huángjiǔ shì huóxuè de. * 돼지 간은 보혈을 하고, 황주는 혈액 순환을 돕는다.
115. 这钱不要乱花,要用在刀刃上。 * Zhè qián bùyào luànhuā, yào yòng zài dāorèn shàng. * 이 돈은 함부로 쓰지 말고, 꼭 필요한 곳(칼날 위)에 써야 한다.
116. 人只有被逼上绝路了,才会想出办法来。 * Rén zhǐyǒu bèi bī shàng juélù le, cái huì xiǎng chū bànfǎ lái. * 사람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야만 비로소 방법을 생각해낸다.
117. 力气有二种:一种是血里的力气,一种是肉里的力气。, * Lìqi yǒu èr zhǒng: Yī zhǒng shì xuè lǐ de lìqi, yī zhǒng shì ròu lǐ de lìqi. * 기운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피에서 나오는 기운이고, 하나는 살에서 나오는 기운이다.
118. 血里的力气比肉里的力气值钱多了。 * Xuè lǐ de lìqi bǐ ròu lǐ de lìqi zhíqián duō le. * 피에서 나오는 기운이 살에서 나오는 기운보다 훨씬 값지다.
119. 聪明人做事总要给自己留条退路。 * Cōngmíng rén zuòshì zǒng yào gěi zìjǐ liú tiáo tuìlù. * 똑똑한 사람은 일을 할 때 항상 자신에게 퇴로를 남겨둔다.
120. 吃不饱饭睡觉来补。, * Chī bù bǎo fàn shuìjiào lái bǔ. * 밥을 배불리 못 먹으면 잠을 자서 보충한다.
123. 谁说一乐不是我的亲生儿子?谁要是再说,我就和谁动刀子。 * Shuí shuō Yīlè bùshì wǒ de qīnshēng érzi? Shuí yàoshi zàishuō, wǒ jiù hé shuí dòng dāozi. * 누가 이락이가 내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 누구든 다시 말하는 놈이 있으면 칼로 상대해 주겠다.
124. 下辈子我死也不做你的爹了,下辈子你做我的后爹吧。 * Xiàbèizi wǒ sǐ yě bù zuò nǐ de diē le, xiàbèizi nǐ zuò wǒ de hòudiē ba. * 다음 생에는 죽어도 네 아버지는 안 하련다. 다음 생엔 네가 내 의붓아버지가 되어라.
125. 我养了你13年,没白养你。 * Wǒ yǎngle nǐ shísān nián, méi bái yǎng nǐ. * 내가 너를 13년 동안 키웠는데, 헛되이 키우지 않았구나.
126. 做人要讲良心。, * Zuòrén yào jiǎng liángxīn. *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127. 一乐,你记住我的话,做人要有良心。 * Yīlè, nǐ jìzhù wǒ de huà, zuòrén yào yǒu liángxīn. * 이락아, 내 말을 명심해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128. 只要你以后对我,就像我对我的四叔一样,我就心满意足了。 * Zhǐyào nǐ yǐhòu duì wǒ, jiù xiàng wǒ duì wǒ de sìshū yīyàng, wǒ jiù xīnmǎn yìzú le. * 네가 나중에 나에게 하는 것이, 내가 내 넷째 삼촌에게 했던 것만큼만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141. 我卖了三次血,到头来只有一次的钱。 * Wǒ màile sāncì xuè, dàotóulái zhǐyǒu yīcì de qián. * 피를 세 번이나 팔았는데, 결국 한 번 분의 돈밖에 남지 않았다.
142. 你先是把力气卖掉,又把热气卖掉,剩下的只有命了。 * Nǐ xiānshì bǎ lìqi mài diào, yòu bǎ rèqì mài diào, shèng xià de zhǐyǒu mìng le. * 당신은 먼저 기력을 팔고, 그다음엔 열기를 팔았으니 이제 남은 건 목숨뿐이오.
143. 如果你再卖血,你就是卖命了。 * Rúguǒ nǐ zài mài xuè, nǐ jiùshì màimìng le. * 만약 당신이 또 피를 판다면, 그건 목숨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소.
144. 我就是死了,也可以说是赚了。 * Wǒ jiùshì sǐle, yě kěyǐ shuō shì zuànle. * 나는 (충분히 살았으니) 죽어도 본전은 뽑았다고 할 수 있다.
145. 我儿子才只有21岁,他还没有好做人呢。 * Wǒ érzi cái zhǐyǒu èrshíyī suì, tā hái méiyǒu hǎo zuòrén ne. * 내 아들은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인데,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다.
146. 医生说你是“亡命之徒”,我不是亡命之徒,我是为了儿子。 * Yīshēng shuō nǐ shì “wángmìngzhītú”, wǒ bùshì wángmìngzhītú, wǒ shì wèile érzi. * 의사는 나보고 망명지도(목숨을 내놓은 무모한 사람)라고 했지만, 나는 아들을 위해 그러는 것이다.
147. 这地方被针扎过,我今天去卖血了。 * Zhè dìfang bèi zhēn zhā guò, wǒ jīntiān qù mài xuè le. * 여기가 바늘에 찔렸던 곳이다. 내가 오늘 피를 팔러 갔었단다.
148. 卖一次血要休息三个月,三个月以后才可以再卖血。, * Mài yīcì xuè yào xiūxi sān gè yuè, sān gè yuè yǐhòu cái kěyǐ zài mài xuè. * 피를 한 번 팔면 석 달은 쉬어야 하고, 석 달이 지나야 다시 피를 팔 수 있다.
149. 到我这里来的人都是急着要用钱。, * Dào wǒ zhè lǐ lái de rén dōu shì jízhe yào yòng qián. *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들 급하게 돈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다.
150. 我求你让我卖一次血,我是为了儿子。 * Wǒ qiú nǐ ràng wǒ mài yīcì xuè, wǒ shì wèile érzi. * 제발 한 번만 피를 팔게 해 주시오. 아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오.